책을 덮은 뒤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뜻밖에도 무덤덤함이었다. 윈스턴이 당에 굴복하고 세뇌되는 과정은 비극이라기보다 차라리 필연에 가까워 보였고, 그 상황에 놓인다면 나 역시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서늘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.작가는 과거를 기억하고 주변을 살피며 경각심을 가지라고 경고하지만, 정작 나는 내가 '톰 파슨스' 같은 맹목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할 자신이 없다.더 무서운 건 이런 스스로를 보면서도 경계심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. 지적으로 태만해지고 있는 것인지, 아니면 이미 체제에 익숙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무력감이 든다. 이 무덤덤함이야말로 오웰이 가장 경고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.